진료여담(診療餘談)
2부. 노인건강 24시(13~22)
13. 상노인(上老人)에 대한 신체 검사의 효용
(증례 1)
75세의 퇴역 군인으로써 비교적 건강하다.
연금도 충분하고 부동산도 넉넉히 가지고 있으나 아내와 사별한 지 2년 째이다. 약간의
우울증이 있어 보이나 남에게 사나이다운 모습을 항상 보이고 싶어 한다.
“나는 전쟁터에서 이미 여러 번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이제부터 사는 것은 내
인생의 덤이다. 아내도 없는데 구차하게 오래 살고 싶지 않다. 자연이 시키는 대로 살다가 갈 것이다. 일 년에 두 번 받는 정기 신체검사를 받지 않겠다. 강요하지 말아라.“
위의 증례는 필자가 노인요양 시설에 근무할 때 정기적인 검진을 맡으면서 있었던 실제 증례이다. 본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약간 각색을 하였으나 이렇게 생각하는 노인들도 상당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위험한 검사는커녕 간단한 혈액 검사도 사절할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녀들의 의견도 양분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야기 해주어야 하나?
(증례 2)
A씨는 낙상의 병력과 경미한 인지장애, 및 아내가 사망한 직후의 최근에는 심근경색을 앓은 일이 있다. 80 세인 이 남성은 홀로 살고 있으며, 외동 딸은 150 km도 더 떨어진 먼 곳에 살고 있어서 밀접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늘 매년 신체 검사가 있는 날이다. 대장 및 직장암을 앓은 적이 없고, 비록 나이를 보면 검진을 받을 자격은 있지만, 최근의 심근경색이나 낙상의 병력 및 인지장애를 고려할 때 검사를 주저하게
된다.
(증례 3)
B는 82세의 여성이다. 울혈성 심부전과 파킨슨병을 가지고 있다. 네발 지팡이를
사용하여 이동은 가능하다. 그러나 기동력의 저하로 주로 집안에 박혀 살고 있는
입장이다. 의사에게 “오늘 유방조영술을 하게 되어 있는 날이다. 나는 절대로
유방암으로 죽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며 검사하여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비슷한 나이의 A와 B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A는 “이제 살대로 다 살았는데, 괴롭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한 암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고, B는 “악착같이 병을 찾아내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걱정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정답이 있을 수가 없고,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어떤 의학적, 사회적인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증례 1)
↝ 75세 정도면 상노인으로 대접받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요사이 시골 노인정에서도 이 나이 정도면 물 심부름을 하고 막걸리 주전자 심부름이나 할 정도의 젊은 측에 속한다.
이 분은 현재로서는 기대 수명이 최소한 10년 이상 되지만 세월이 경과할수록 기대 수명은 더 늘어 날 것이고 재수 없으면(?) 100살도 더 살 수 있을지 모른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던 노인시설은 세계일류라고 할 정도로 좋은 시설과 좋은 의료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는데 일 년에 한 차례 정도의 큰 검사(암검사를 비롯한 기본검사)와 또 한 차례 정도의 기본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이 정도로 모든 질병을 색출하고 예방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크고 작은 질환 들이 screen 되기 때문에 초기에 대처할 수 있어서 크게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수명도 늘어나지만 따라서 삶의 질도 개선시킬 수 있다. 노년에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세계 최고의 복지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복을 걷어차고 검사를 안 받겠다고 하니 좀 이해가 안 된다. 가족들도 의견이 나누어져 있다. 큰 아들은 ‘강제로라도 해 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작은 아들은 ‘본인(아버지)이 원하시니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리는 것이 효도다. 하지 말자’ 미국에 이민 간 딸은 ‘미국에서도 그렇게까지는 안한다. 그냥 보내드리자. 사실만큼 살지 않았나?’ 모두 다 일리가 있는 견해 들이다. 아들딸들을 불러서 내 의견을 말했다.
‘노인 들은 간단한 검사로 해결 될 쉬운 질병 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갑상선기능부전증, 심장병, 등은 발견하기도 쉽고 약이 좋아서 쉽게 해결 될 수도 있다. 모르고 방치해서 큰 합병증이 생기기 시작하면 첫째로는 환자가 제일 괴로워지고, 그 다음은 자식 들이 힘들어지고 의사도 힘들어진다. 나중에 힘들어 질 때 가서야 후회막급이 되어 의사인 나보고 (신검 실시를) 강력히 주장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라고 할 것인가’. 자식 들 모두 (정기 신체검사)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그 다음 환자를 모시고 차근히 설득한다. ‘물론 말씀대로 사시는 날까지 살다가 어느 날 아무 고통 없이 밤사이 돌아가신다면 참으로 복 많이 받은 분이다’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뜻대로 될까? 항간에 우스갯말로 ‘9988234’ 또는 ‘888804’이란 말이 있다. (99)세 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이삼일 정도(23) 앓고 (4)죽는다. 팔십 팔세(88) 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고통도 없이(0) (4)죽는다. 물론 그렇게 재수 좋은 분도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라면, 갑자기 심장마비가 온 것이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자살 하거나, 아니면 교통사고로 즉사하는 것이다. 대개의 노인 들은 질병을 가지고 있으며 이 질병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시는 것이다. 은퇴 후 약 10년~15년 무병하게 無苦痛 속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그보다 더 긴 15년 이상씩을 유병장수하며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것이 대개의 인생이다. 어르신께서는 군대 생활 오래 하시고 장군까지 지내셨으니 이와 같이 용감하고 씩씩한 결정을 내리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치료가 가능하거나 예방이 가능한 질병을 키워서 힘들고 고통스럽게 되면 장사가 없다. 어르신의 경우에는 장수가 없다고 말하면 되겠다. 아들 딸 괴롭히고, 의사인 나까지 괴롭힐 것이다. 그 때가서 후회하면 늦는 것이다. 그리고 오래 사는 것이 범죄 행위도 아닌데, 뭐가 나쁜 일이냐?’
그러나 심지가 굳은 이 어른은 그 후로도 2-3년 동안 검사를 받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어른이 필자를 찾아 왔다. “요 사이 너무 피곤하고, 입맛도 없으며, 가는 감기 오는 감기 다 걸리고, 머리카락도 다 빠지고, 의욕도 없고, 수면의 질도 형편없고, 소변보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하며 조금만 도와달라는 것이다. 노인에게 아주 흔하고도 간단한 질병을 우선 생각했다.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 전립선비대, 우울증 등. 간단한 검사부터 시작했다.
명의이거나 대단히 실력 있는 의사가 아니라도 이 정도는 몇 방울의 혈액검사로 확진되는 것이다. 공복 혈당 160(자세한 단위는 생략),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 100, 전립선특이 항원(PSA) 8, 우울증 검사 8/15.
진단은 분명한 당뇨, 갑상선기능저하증, 양성전립선비대증 또는 전립선암, 경도 이상의 우울증으로 나왔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발현 증상들과 관계가 깊은 병 들이었다. 우선 운동 처방과 경구 당뇨약, 갑상선 호르몬제제 등을 투여하기 시작하면서 정기적으로 추적하기로 하였다. 전립선 문제는 큰 병원에 의뢰하여 암 검사를 해 보기로 하고, 우울증은 경미하기도 하지만 갑상선기능저하의 합병증일지도 모르니 아직 항우울제는 사용하지 말고 갑상선호르몬을 쓰면서 경과를 보자고 하였다.
환자는 약 6개월 후에 모든 검사 성적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있었다. 그 후 물론 정기 신체 검사를 또박 또박 받으면서 필자를 대할 때마다 오른 손 엄지를 치켜세운다. 한 가지 약(알파 차단제)을 복용하면서 PSA까지도 떨어졌다. 암은 아니라는 기쁜 소식도 왔다. 해피엔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례 2)와 (증례 3)
만성질환과 기능장애가 있는 이 두 증례의 노인은 일반적인 지침에 의하면 일단 “암 선별검사”의 자격이 있다. 그러나 「환자에게 주는 가장 큰 이득」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심장병과 치매 증상이 있는 A 환자에게 대장경 검사의 합병증이라는 위험을 감당할 능력이 있을까? 울혈성 심부전과 파킨슨병이 있는 B 환자에게 검사 결과 유방암이 있다고 판정이 났더라도 유방 종괴절제술 후에 호르몬 치료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인가? 또는 검사를 해 달라는 환자의 요구를 무시 하였을 때 이를 묵살 한다면 환자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문제 들은 선별 검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선 의사 들의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하다.(53)
좀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겠다.
결장암(대장암) 검사 수단에는 대변 潛血검사(fecal occult blood test, FOBT), barium enema, sigmoidoscopy, 및 대장경 검사가 있다. The USPSTF(the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는 76-85세 사이의 노인에서는 개인적인 차별은 인정 하지만 무조건 검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또한 85 세 이상에서의 선별 검사는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54) 대장암 선별검사를 중지하는 일은 연령은 물론이고, 잔여 생존율, 및 병존 질환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18년의 잔여 생존을 가지고 있는 70세의 노인이라면 NNS(number needed to screen to prevent one cancer death, 한 건의 암 관련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검사해야 하는 잠혈 검사 횟수)는 177이고, 잔여 생존이 6.7년의 70세 노인에서는 NSS가 1,877 번으로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검사는 잔여 생존 기간이 최대이고 가장 적은 병존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일수록 대장경 검사의 이득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10년에 한 번 씩 대장경 검사를 한다면 남성은 75세 정도, 여성은 80세 정도에서 선별 검사를 중지 할 것을 고려하려야 한다.(55)
유방암 선별 검사 방법에는 유방 조영술, 임상적 유방검사, 및 자가 유방 진찰 방법이 있다. 유방 검사를 중지하는 것은 연령, 기대 수명, 및 건강 상태가 주요 인자가 된다.
AGS(American Geriatric Society)는 잔여 생존이 4년 이상이면 검사를 권장하고 있으나, USPSTF는 병존질환이 있고 잔여 생존이 제한적이면 선별검사의 이득이 없다고 하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여성의 유방조영술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잔여 수명을 중시 하였다. 75세 이상에서는 17년 잔여 생존에서는 NNS가 176이었으나 잔여 생존이 단지 7년
정도면 NNS는 1,361로 증가 하였다. 따라서 잔여생존이 길수록 유방조영술의 혜택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건강한 여성에서는 75-80 세 까지는 유방조영술을 권장 하지만 중대한 병존 질환이 있어서 잔여 생존이 5년 미만인 경우에서 일찍 검사를 종료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55) 이 두 분은 암 검사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도록 조십스럽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아래 도표는 특정 질환이 진단된 후에 평균 잔여 생존을 나타내고 있다.
1. barium enema ; 대장 질환 확진에 가장 유용한 것으로 저농도의 바륨을 800-1000ml 주입하여 충만상을 촬영하고, 바륨을 배출시킨 후 촬영을 하고, 이어서 공기를 주입하여 잔존 바륨이 벽에 부착하고 있는 상황 하에 신전 상황, 점막의 상태 등을 확증하고자 하는 방법이다. 고농도 바륨을 그대로 사용하여 장 내벽과 미세 구조를 진단하는 법이 널리 행해지고 있다.
2.sigmoidoscopy(s-결장경 검사) ; 내시경으로 직장과 대장 아래 부분인 S상 결장 내부를 관찰하는 일. 때때로 더 자세한 관찰을 위하여 조직이나 세포 샘플을 채취하기도 한다.
3.AGS ; 미국 노인병 학회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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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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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 생존 기간(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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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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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져 있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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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4.2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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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5.7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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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관절 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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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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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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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혈성 심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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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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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3.9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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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4.5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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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 경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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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져 있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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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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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53. Eckstrom E, Individualizing cancer screening in older adults: a narrative
review and framework for future research. J Gen Intern Med 2012; 25 Sep
54.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Screening for colorectal cancer: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Recommendation Statement. Ann Intern
Med. 2008;149(9):627–637.
55. Ross H. Albert. Am Fam Physician.2008 Dec 15;78(12):1369-1374.
醫學漫評 ~ (삼천갑자 동방삭) ; “선생님 정기검진 받으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