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정신신경과 의사 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 만성적인 불안장애, 우울증 및 의욕의 감퇴는 표면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일종의 정신생리학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스트레스에는 '사랑하는 중요한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 등과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있고, 급성 또는 만성의 신체적
장애에 의한 스트레스도 있다. 정도에 있어서도 경한 것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질환은 노인에서 정신과 영역의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고, 무능상태를 낳는 원인 중 4번 째 많은 것이기도 하다.(78)
우울증은 2020년 까지는 전 세계에서 심장병 다음으로 인간을 무능하게 만드는 제일 많은 원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79) 우울증 증상이 있는 환자 들은 삶의 질이 낮고, 만성적 통증의 빈도가 높고, 무능 상태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은 노인의 이환율과 사망률에 관계되는 흔한 질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의사 들이 꼭 필요한 곳에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 들(특히 개업의)은 우울증을 탐지하고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 특히 노인에서는 독특한 증상과 예후를 나타내고 여러 가지 공존 질환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가정주치의, 노인 담당의 들은 항상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high index of suspicion', 즉 병의 낌새를 일찍 알아차리기 위하여 환자의 증상을 항상 세밀히 관찰 하는 것이 환자와 가까이 있는 일차 진료 의사 들(동네 의사 들)의 몫이다.
우울증은 정신신경과 의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며 감기나 폐렴 같이 누구나 치료 할 수 있는 병이다. 준비된 의사가 투약과 정신사회적인 치료를 적절히 한다면 병을 고칠 수 있다. 개업의에 의해서 처방된 약가를 무효화하고 죄악시하는 의료 정책은 신경과 의사들의 고질적인 아집과 더불어 개선되어야 한다. 우울증 환자는 일반 감기 환자와 같이 아주 흔하면서도 치료 가능한 질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특별한 약(항우울제)이 필요하고 상당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수이긴 하지만 우울증의 행동 양식과 약물의 부작용 등에 대해서 정성들여 공부해야 하는 것은 다른 질환이나 마찬 가지이다. 약가가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의사 들이 처방 내는 것을 제한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무슨 비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전문가 들에게 의뢰해야 하는 중대한 적응증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피부병과 우울증은 모든 의사 들이 잘 알아야 하는 병 중의 하나이다.
우울증과 자살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제일 높다는 사실은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고, 의뢰하는
시스템으로 많이 극복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일차 의료기관에서 주요우울장애의 유병률은 성인의 경우 5%-13%이고, 55세 이상 노인의 경우는 6%-9%로 보고하고 있다.(80)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자료에서 보면, 외래에서 진료 받은 우울증 환자의 의료 이용 현황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외국과 마찬가지로 우울증 환자 비율에 있어서 여성이 남성의 2 배였다. 평균연령은 51.6 세로 연령대별로는 40 대가 가장 많았고, 60 세 이상 환자의 비율이 34.2%로 성인 및 노인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 성인 및 노인 집단에서 우울증의 조기 발견 및 치료적 노력이 요구된다.
환자와 가족들이 일반 의사 들을 믿지 않고 전문가 만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81)
노인 환자 들과 그 가족, 심지어는 놀라울 정도의 많은 일차 진료의들 조차 노인 들에게 항우울제 약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자신 없어 한다는 것이다.
지난 날 들에 자주 있었던 약물의 부작용과 약물 과용으로 인한 재해에 가까운 후유증으로 과도한 압박을 받고 있음과 동시에, 케케묵은 편견으로 ‘우울증은 정신병’이라고 못 박아 버리기 때문이다. 가족 들은 약물 치료 이외의 모든 치료, 심지어는 굿, 무당 등의
비과학적인 치료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약물 사용에 대해서는 아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일차 진료의(동네 의사, 일차 진료 의사)는 이 유용한 치료법이 외면되는 일이 없도록 중심에 서서 명쾌하게 이끌고 가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의사와 환자, 그 가족 들은 다음의 사항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첫째; 기분(정서)이라는 것이 화학적 물질 작용의 소산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많은 환자 들과 가족 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드릴 수 있는 개념으로 설명해 준다.
즉, 고등학교 때 배운 개념이지만 모든 스트레스와 불안 이란 것이 결국은 체내의
화학적인 변화에 항우울제라는 화학 물질을 사용하여 원인 물질을 중화시킴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주위 환경이나 우울하게 만드는 조건 등의 분명한
유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마지막 효과는 화학물질에 의한 것이다. 약물 요법을
하는 것이 논리적임을 설명해 주는 대목인 것이다. 환자와 가족에게는 약이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 시켜 주어야 하며, 요사이의 약 들은 옛 날과 달리 부작용이
적은 것 들이 많이 개발 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려주어 안심시켜 주어야 한다.(82)
둘째; 환자나 가족 들은 우울하게 만들었던 원인이 되었던 사건 또는 환경이 해결, 소실,
변화 되면 약을 쓰지 않더라도 우울증은 당연히 회복 되리라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kindling effect(點火 효과) 또는 kindling-sensitization hypothesis(점화-敏感化
가설)라는 용어가 있다.(83) 우울증의 발현 때 직장을 잃거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등, 스트레스와 맞닥뜨린 후 상당 시간이 지나서야 증상이 확 타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캠핑 할 때 모닥불을 피워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 불을 붙일 때는 시간이
걸린다. 나무가 젖어 있을 때는 더 어렵다. 그러나 일단 불이 붙으면 젖었던 나무일수록
더 오래 타는 것을 볼 수 있다. 세상 풍파를 많이 겪을수록(젖은 나무) 웬만한
스트레스에는 잘 견디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는 견딜 수가 없어서 패배하고 만다. 이런
사람 들의 우울증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장작이 다 타 버리더라도 금방 불이 꺼지지
않고 불씨가 오래 남는다. 스트레스 환경이 가시더라도(장작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더라도) 우울증 증상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물을 끼얹어야 불을 완전하고 쉽게 끌 수
있다. 항우울제를 사용해야 뿌리가 남지 않고 낫는다는 말이다.
참고로 스트레스는 좋지 않은 일로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새 집으로 이사 간다든지,
결혼을 한다든지, 새 직장을 얻는 것도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새 집으로 이사한 후
우울증이 생겼다면 ‘터를 잘 못 잡은 탓’이라고 굿을 할 것인가?
셋째; 주어진 환경을 고려 할 때 당연히 우울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백약이 무효하고 어쩔 수 없이 우울하게 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노인 시설에 기거하고 있으며 우울증이 심하다고 간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의사 선생님이 약을 쓰겠다고 한다. 그러나 가족은 “이렇게 허리 꼬부라지고, 쭈글쭈글
늙고, 병들어 허약해서, 100 % 간병인에게 의존해서 사는 형편에 우울한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나는 절대로 저렇게 되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입장을
바꾸어서 부모님이 되어 보면 답이 나온다. 환자에게 잘 맞는 약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부모님은 비록 꼬부라졌지만 생기발랄하고 희망으로 가득 찬 여생을 사시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넷째; 약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기 의지로 극복 할 수 있다는 그릇된 가정을 가지고 있다.
의외로 자기는 모든 고난을 의지로 극복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들이 많다. 또는
종교적인 믿음(신앙심)으로 극복하려고도 한다. 하느님이 주신 시련이니 더 정성스럽게
믿으면(시주 돈을 더 늘리면) 용서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화학적인 반응을 의지로
극복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상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뛰어넘는 엔돌핀을 분비되게 하는 자기 의지는 이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로또 당첨이
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증가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자신한다.
다섯째; 이것은 뇌의 질환이며 다른 신체 부분의 질환이 약으로 치료 되듯이 이 병도 치료 될 가능성이 높다.
여섯째; 중독성이나 습관성에 대한 공포가 있다.
환자와 가족이 알아 둘 필요가 있는 것은 이 약은 중독성이 없다는 점이고, 약을 끊기도 쉬우며, 약에 대한 반응이 일정하기 때문에 첫 번째 시도한 약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심하면 다른 항우울제로 바꿀 수 있다.
일곱 번째; 혼돈 상태가 되거나 약에 취할(drugged)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있다.
기타 약의 부작용에 대한 공포, 자살 유발, 성격의 변화 등 매우 희귀하지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 들에 대한 공포 들도 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어떤 약물도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는 법이다. 하다못해 가장 안전한 약 중의 하나인 아스피린조차도 지금까지
알려진 부작용이 수 백 가지는 된다. 하물며 사망과 관련된 부작용도 있다. 몇 백만
분의 1 확률의 희귀 부작용도 부작용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약 없이 질병을 치료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항우울제에는 4-5 가지의 종류가 있는데 예를 들어, SSRI계,
SNRI계, TCA 계, MAOI계, 및 혼합 또는 비전형제 들이 있다. 이들 안에서도 몇 몇
가지의 약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약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이 약들은 효용이나 부작용
면에 있어서 상대적인 一長一短이 있으니 환자 고유의 문제점과 잘 비교하여 처방하면
그리 겁낼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SSRI계의 Sertraline은 성적으로 흥분시키는
부작용은 있지만 심장에 부정맥을 일으키는 작용은 안심해도 된다. 그러나 TCA 계의
Nortriptyline이나 Desipramine은 심장의 전도 장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계통의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는 안 쓰는 것이 좋고 용량을 적게 쓰도록 해야 한다. 입이 마르고
졸리고 하는 항 콜린 부작용도 심하다. 비전형제 중 하나인 Bupropion은 성적인 문제는
없지만 낮에 몹시 졸려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러한 문제 들은 의사가 잘 검토하면 별
문제가 없다.
참고 문헌
78. World Health Organization: World Health Report 2001—Mental health. New
understanding, new hope 2001 World Health Organization Geneva
79. Murray CJL, Lopez AD: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A comprehensive
assessment of mortality and disability from diseases, injuries, and risk factors
in 1990 and projected to 2020 1996 Harvard University Press Cambridge
80. http://smileagain.or.kr. 우울증임상연구센터 2011년 5월
81. Richard J Ham. unpublished patient instruction. primary care geriatrics 3rd
ed. p271.
82. Yesavage J ; Depression in the elderly, Postgrad Med 91(1):255, 261, 1992
83. http://www.allaboutdepression.com/cau_04.html